유쾌하며 유치하지만 미소를 머금게 하는 뮤지컬의 전성기 대표 영화

익스랩 최고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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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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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Singin' In The Rain, 1952)

 

 

 

 

 

 

어린 시절, 주말 밤늦게까지 TV를 시청하고픈 마음으로 편안하게 소파에 누워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곤 했었다. 밤이 늦어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을 때, 영화를 좋아했었던 나는 언제나 '주말의 명화' 를 봤었다. 울려퍼지는 익숙한 테마음악. 왠지 모르게 심신이 평안해지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그 느낌은 아마도 프로그램의 테마음악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래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사랑은 비를 타고>를 다시 봤다. 주전부리를 손에 쥐고 소파에서 본 탓인지, 옛날 그 느낌이 나는 듯 했다. 다음날 학교를 안간다는 설렘, 편안함과 졸림이 동시에 교차하던 그 느낌 말이다. 

'옛날 영화'의 고즈넉함은 말로 다 형용하기 어려운 그 자체만의 느낌이 있다.

 

 

 

 

 

익숙한 시그널이 울려퍼지면, 왠지 모르게 몸과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 느낌만을 간직한 채,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빠져나와 21세기로 돌아와 생각해보자.
우리들은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티켓 값보다 더 값진 팝콘을 들고 극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보게되는 영화는 정신없이 빠른 편집과, 이제는 거의 소음에 가까운 수많은 사운드트랙이 입혀진 영화. 

우리는 극장을 나온 뒤 긴 터널을 헤쳐 나온 여행자처럼, 단말마의 비명을 내뱉는다. “후우.. 볼만했어, 그치?” 

이런 경험을 겪다보면, 아마 우리는 어린시절 소파에 누워서 감상하던 그 영화가 그리울 것이다.

 

 

 


 

 

 

 

이제 영화 얘기를 해보자. <사랑은 비를 타고>는 요즘 스타일의 빠른 편집도 없고,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잡다한 효과음도 없다. 그저 무지막지하게 유쾌하며, 유치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게 될 뿐이다. 어릴 적 소파에 누워 주말의 명화를 보며 느꼈던 바로 그 편안함이 느껴진다. 영화를 보는 우리는 생각한다. 진 켈리라는 배우는, 그저 관객을 유쾌하게 만들고 싶은 의도만을 가진 것 같다고.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편안함을 가진 영화를 볼 때는 “볼만했다” 라는 한마디로 정의하기엔 어쩐지 쑥스러워진다. 내가 느낀 어린시절의 그 편안함, 잔잔한 감동 (과 약간의 졸림) 을 꼭 말로 표현해야 할 것 같은 강박감. 무언가 유식한 척 말해야 할 것 같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그 상황. 이것이 바로 옛날 영화의 힘이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인, '빗 속의 진 켈리'

 

 

 

이 '옛날 영화' 는 춤과 노래가 극을 이끌어간다. 무성영화 시대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헐리우드 영화를 주제로, 주연 배우들은 그야말로 '활극'을 벌인다. 지금 기준에서 보자면 별 다른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끝내주는 영상미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허면, 대단한 영화 음악가들과 뮤지컬 전문가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최고의 뮤지컬인가? 천만에 말씀이다. 이 영화를 위해 제작자들이 만든 노래는 'Moses Supposes' 가 유일하다. 심지어 주제곡인 'Singin' in the Rain' 조차 이 영화를 위해 작곡한 노래가 아니며, 대부분의 노래를 인용하거나 재활용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컬 영화로 칭송받는 이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힘은, 오로지 진 켈리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이다.  ‘그들을 웃겨봐’ 장면에서의 엄청난 아크로바틱, ‘굿모닝’ 에서의 생생한 표정과 안무, ‘브로드웨이’ 의 꿈같은 뮤지컬 등. 영화를 종횡무진 누비는 배우들의 에너지를 보게 된다면, 누구나 나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게 될 것이다.

 

 

 

 

열정 넘치고 해맑은 저 표정을 보라.

 

 

물론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은 맹목적인 유쾌함과 춤사위 만은 아니다. 감독은 유쾌함 속에서도 영화에 대한 애정과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스토리의 소재가 무성영화와 유성영화의 과도기를 다루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고, 대사와 연기에서는 시대에 대한 풍자가 넘쳐난다. (하지만 무성영화의 몰락을 떠올리며 버스터 키튼을 애도할 겨를도 없이, 영화는 줄곧 에너지가 넘치는 명장면들의 향연으로 채워진다. )

그러나 그런 것들은 중요치 않다. 어쩌면 그런 것들을 생각하며 관람하는 것 자체가 이 영화에게는 실례일 것이다. 오로지 우리들을 즐겁게 해줄 마음만으로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며 노래불렀더니, 풍자를 논한다면? 진 켈리가 무덤에서 일어나서 화를 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저 즐기면 된다. 저 숭고한 마음을 잊지 말자.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그 때 그 감정을 선물해보자.

 

 

 


 

 

 

아마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인, 진 켈리의 독무가 나오는 '싱잉 인 더 레인' 장면을 본다면 그걸 보는 동안에 우리는 분명, 지구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할 것이다. 어린 시절 편안한 마음으로 주말의 명화를 보다 잠들어 버렸던 그 때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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