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빛나는 기억 속으로", 재개봉까지한 역대 최고의 멜로 명작

익스랩 최고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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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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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저작권 : 디자이프x익스랩>

 

 

 


 

 

 

 

 

 


 

 

한줄 평 :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한 기억의 순간, 그것의 역설에 대한 철학 동화.

별점 
★★★ (4.5)

 

 

 

 

무언가를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집 앞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는 아버지와 아이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신랑신부, 

시끄럽게 떠들면서 투닥거리는 동네 친구들, 행복한 기억을 돌아보며 꺼내어보는 사진들. 


그러한 순간들은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먼지가 쌓여도 영원히 빛나는 기억으로 남는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은 이런 행복한 순간들, 바로 ‘영원한 행복의 순간’ 을 이야기 하는 영화다.

 

 

 

 

 

한 연인이 있었다. 
관계의 종착역에 도달한 두 사람은, 사랑의 아픈 끝맺음으로 인해 서로의 기억을 지우려 한다. 
기억을 지우는 순간은 한 남자의 시점(조엘 : 짐 캐리)에서만 진행된다. 
이미 한 사람(클레멘타인 : 케이트 윈슬렛)이 기억을 모두 지워버린 후에 말이다.

이 영화는 그들의 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대신에, 
지극히 주관적인 하나의 관점과 기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은 조엘이 어떤 마음으로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는지, 
그것을 회상할 때의 감정은 어떤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된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어딘가로 향하는 열차에서 만나게 되는 두 주인공을 담아낸다. 
그들은 마치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조엘의 인생은 어딘가 공허하며 비어있는 느낌이고, 클레멘타인의 감정은 왠지 우울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곧 서로에게 끌리게 되고, 기억을 잃은 두 사람은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시점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서로의 기억을 지우는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레멘타인이 자신과의 기억을 지웠다는 것을 안 조엘은 그 길로 곧장 기억을 지워주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자기 역시도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지워내려 한다.


하지만, 기억을 하나씩 지우며 추억들을 마주하는 조엘은 후회하게 된다. 
제발 이 빌어먹을 짓을 그만하라고 외치며. 

 

 

 

 

 

 

조엘의 기억을 지우는 기술자들의 모습은 조금 흥미롭다. 
그들은 태평하다 못해 코믹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이로 인해 조엘의 행복한 기억을 지우는 일은 더욱 잔인한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만의 문제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메리(커스틴 던스트)와 닥터 하워드(톰 윌킨슨)의 관계이다. 이미 한 번 기억을 지운 관계인 두 사람은 결국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사연을 가진다. 기억을 지워주는 기술자들이 기억을 잃은 존재라니, 어찌보면 더욱 비극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그들은 조엘의 기억을 아무렇지 않게 지워낼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아이러니한 상황은, 누구나 행복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 기억 때문에 후회하고 절망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다시 반복되고 되풀이하며, 후회한다는 것 또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공드리는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몽환적인 연출 방식을 사용한다. 상징적인 심볼과 색감을 이용하여 가끔은 난해하다는 느낌까지 줄 정도이다.
단적인 예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들어간 조엘의 부엌 장면에서 짐 캐리가 작게 나온 것은 CG가 아니라 큰 가구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공드리의 연출은 사실 괴팍하다고 느껴진다. 어쨌건, <이터널 선샤인>에서의 섬세하면서도 기괴한(?) 많은 장치들은 한 번씩 주의 깊게 들여다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공드리의 작품에서 색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클레멘타인의 시시각각 변하는 강렬한 머리색이라던지, 조엘이 나오는 장면에서 사용되는 어둡고 칙칙한 조명이 그렇다. 영화의 첫 장면. 기억을 지운 뒤 클레멘타인의 머리색은 우울한 파란색이다. 반면에 가장 열정적인 사랑을 하던 시절에는 빨간색을 하고 있다. 조엘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조엘은 점점 화사한 조명 속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엘의 집에 배치된 물건들이나, 클레멘타인의 옷을 관찰하는 것도 공드리의 섬세한 연출의 연장선을 파악하는 즐거운 방법 중 하나이다. 그들의 사랑에 대한 관계적인 부분을 암시하는 오브제들(이를테면 맛이 없는 스파게티, 널브러진 장식품들)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마음을 닫아갈수록 복잡해지고 두꺼워지는 클레멘타인의 옷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섬세하다 못해 편집증적인 증세를 보이는 감독의 연출 방식은 답답하고 우울한 화면을 아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낸다. 이것은 ‘공허한 마음에 비치는 영원한 햇살’ 이라는 영화의 제목과 매우 극명하게 대비가 된다. 바로 이것이 감독의 진정한 의도일 것이다.

 

 

 

 

 

영화 중반부에 이르러 조엘과 클렘이 빙판 위에 누워 있는, 가장 행복한 순간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이 장면에서 이 영화의 정수가 나타난다. 그들이 누운 얼음에는 곧 깨질 것 같은 사랑을 암시하는 듯한 금이 가 있다. 하지만 둘은 개의치 않고 그 순간에만 집중한다. 이것이 이 영화가 말하는, 역설적이지만 영원한 행복이다.


연인과의 관계는 언제든 깨질 수 있고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든지 지워내고 싶은 기억으로 바뀔 수 있지만, 기억 속에서만큼은 그 호수의 빙판은 영원히 깨지지 않는다. 사람은 바로 그런 영원한 순간들의 기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역설인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기억들이 없다면. 누군가는 조엘 같은 표정을 지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클레멘타인 같은 머리 색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존재에 그칠 것이다. 

 

 

 


 

 

 

지워내고 싶을 만큼 가장 행복했던 ‘영원한 햇살’ 이 비추는 기억은 그 존재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겠지만, 조엘과 클렘은 그렇게 하기를 거부한다. 그들은 ‘영원한 햇살’ 을 한 순간의 실수로 모두 잃어버렸지만, 새로운 출발의 자극제로 사용하려 한다. 누구나 이들같이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어느 순간에는 그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 행복함이라는 감정보다는 후회와 불행의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들에게 공드리는 말한다. 어쩌면 기억이라는 것은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하거나 쓰라린 것 만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과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소중한 자양분이라고, 모든 행복들은 그 기억 안에서 영원하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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